정수기의 핵심은 필터, 즉 분리막이다. 분리막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장균, 방사성 물질 등 각종 불순물을 걸러주는지가 정수기의 성능을 결정한다.
유필진 성균관대 교수팀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등 공동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한 분리막을 개발하는데
성공해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‘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’ 3월 20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.
 
연구진이 선택한 바이러스는 ‘M13’이다. M13은 인체 감염이나 독성이 없고 실처럼 한 가닥으로 생긴데다 바이러스들이 스스로 조립해 특정 모양을 만드는 ‘자기조립(self-assembly)’이
가능해 다양한 연구에 많이 활용돼 왔다.
연구진은 M13 바이러스의 꼬리를 산화 그래핀(탄소 원자가 평평한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나노 물질)의 기판에 붙인 뒤 물이나 공기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,
마치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듯 바이러스들을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늘어서게 만들었다.

연구진은 이렇게 정렬한 바이러스들을 한 층은 가로로, 그 위층은 세로로 번갈아 쌓는 작업을 반복했고,
그 결과 두께가 10~30nm(나노미터, 1nm는 10억 분의 1m)그물망 구조의 분리막을 얻었다.
 
연구진이 이 분리막을 시험한 결과 단위 시간 동안 1m2당 1000리터 이상의 물을 걸러내며 기존 분리막보다 투과 능력이 2~4배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. 또 10nm 크기의 초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정확도도 95% 이상이었다.
유 교수는 “바이러스를 분리막 소재로 이용해 친환경적이면서 대면적으로 제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”면서 “기존 분리막보다 정수 처리 능력과 불순물 제거 능력이 뛰어난 만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”고 밝혔다